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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박스(Bird Box), 영화적 상징을 잘 사용한 웰메이드 스릴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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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박스(Bird Box), 영화적 상징을 잘 사용한 웰메이드 스릴러

멋진너굴 2018. 12. 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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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버드박스는 영화적 상징을 매우 잘 사용한 세기말 스릴러 영화이다.

수잔 비에르가 메가폰을 잡고 산드라 블록, 트래반트 로즈, 존 말코비치 등 주연급 배우들의 연기는 이들이 왜 헐리웃 특급 배우들인지 알만큼 수준급이다.

영화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시작되나 짧은 시간에 지옥으로 변한다.
종말을 다룬 영화는 주로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지구 밖 혜성이나 운석, 급격한 기후 변화에 따른 여러 재앙, 핵전쟁, 인공지능 및 원인모를 전염병 등인데 버드 박스는 마지막 원인 모를 질병 또는 전염병에 의한 종말이다.
버드박스의 질병은 어떤 현상 또는 악령을 보면 죽음까지 이르는 자해를 하게 되는 것인데 모두 각자 내면의 어두운 면과 욕망에 이끌려 죽음에 이르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눈을 가려야 한다.

영화 초입 화가인 말로리(산드라블록)의 그림에 이 영화의 거의 모든 상징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데 사람들 이외의 실루엣은 모두 검은색으로 표현했다. 이는 결혼에 실패하여 임신한 채 세상과 단절하여 살고 있는 말로리의 삶을 표현 한 것이라 했는데 이는 버드박스가 표현 하고자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세상 밖은 위함하나 실상 그 위험(검은 색칠)은 스스로 만든 것이며 아이러니하게 희망은 거기에 있다.

영화는 단파 무전기를 통해 전해 들은 안식처로 무작정 떠나는 말로리와 두 아이(보이&걸)가 강을 통해 여정을 떠나는 현재와 그 여정까지의 지난 얘기가 창문 구조로 흘러 간다.

난리통에 모여든 사람들의 캐릭터는 뚜렷한 차별성을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를 끝까지 이끄는 힘은 사랑의 힘, 그 중에 가장 이타적인 사랑의 힘인 "모성"이다.

우연히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개별적인 배경과 욕망에 이끌려 살아 왔는데 문제는 완벽하게 선악이 구분된 자들은 없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눈가리개가 필요 없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근본이 악하거나 정신 이상자들이다. 자살로 이끄는 악령의 하수인들이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위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교활하게 해한다. 세상이 바뀐 것이다. 악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선함을 가진 이는 제거 대상이다.

말로리와 톰은 서로를 의지하는 사이가 되고 두 아이에게 극단에 위치한 생존(말로리)과 희망(톰)을 가르친다. 생존은 눈을 가리는 것이고 희망은 눈가리개를 하지 않고 살아 가는 세상을 찾아 가는 것이고 그 세상을 배우는 것이다.

영화 후반부에 말로리와 톰은 다투는데 말로리가 집착하는 생존에 잡히지 않는 희망이란 각성제 이상이 아닌 것이다. 하루 하루 생존이 급한 이들에게는 희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은 사치다.
그러나 김지하 시인의 시 구절처럼 앞길 뒷길 막힌 곳에 난데 없는 희망이 나타난다.

사실 생존과 희망은 결국 수렴하기 때문이다. 즉, 살기 위해 꿈과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시쳇말로 "집 밖이나 이불 밖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지나친 부정적인 상상과 선입견 및 트라우마가 더 나쁘다.

영화 말미에 악령들의 존재와 악령이 깃든 악한 이들이 근처에 오면 격하게 신호를 보내던 새들도 자유를 얻게 된다.
하루 하루 생존을 위해 살아야 했던, 그래서 이름도 없던 보이와 걸도 이름을 갖게 된다.

영화 버드 박스는 필자가 본 지구 종말 관련 영화 중에 가장 잘 만들어진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플롯의 영화 "더 로드"처럼 길과 강물 위 극한의 상황에서 희망을 움켜잡으려는 이들의 사투를 가슴 졸이며 볼 수 있었다.

말로리와 두 아이가 직면한 마지막 관문 앞에서 그들을 살린 것은 각자의 이기적인 욕망이 아닌 사랑이었고 특히, 가장 강력한 "모성"이었다.(특히, 험한 급류를 통과 해야할 때 한 명은 밖을 봐야하는 상황에서 말로리가 택한 선택은 영화 초입 자신이 그린 그림과 통한다.)

삶이 힘들고 각박할 때 한 번 볼 것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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