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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지킨다!
고김종필 전총리 타계, 무항산이면 무항심(無恒産而無恒心) 본문
"無恒産而無恒心(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가질 수 없다)"를 묘비명에 직접 새길 정도의 고김종필 총재는 격동의 한국 현대사의 중심을 관통한 인물이다.
35세에 처삼촌인 고박정희 전대통령의 5.16 군사정변을 주도했고 정변 성공 이후 중앙정보부장, 국무총리 등 핵심 중에 핵심 요직을 거쳤다. 1980년대 후반부터 몰아친 민주화 바람에 쓸려갈법도 한데 끝까지 정치적 캐시팅 보트를 쥔 2인자로 남았다.
3김 중에 고김종필 전총리만 대권에 오르지 못했다. 실패한 것일까? 김영삼(1927~2015), 김대중(1924~2009) 전대통령은 모두 국가 수반의 자리에 오른 뒤 모두 세상을 떠났다.
군사독재와 개발독재 시대를 활짝 연 주역이었던 그가 가장 장수하며 정치적 유산까지 남긴 것은 결국 가장 성공한 실리주의적인 정치가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그의 성향에 맞게 대한민국의 중심에 위치한 충청도를 기반(실제 그는 부여 출신이다.)으로 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국 정치사의 절묘한 균형자적 정치 전략과 전술이 아니었나 싶다.
목숨 걸고 도전한 정변의 공신임에도 권력의 최정점까지 오르지는 못했지만 "미운 사람 죽는 걸 확인하고 편안히 숨 거두는 사람이 승자"라는 실리주의적인 성패관념도 주목할만하다. 쉽게 얘기해 버티는게 장땡인 것이다.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의 몫이다. 다만, 고김종필 전총리의 삶은 여러 모로 참고할 만하다.
아흔살을 살았지만 89년을 헛되었다고 했으니 인생의 덧없음과 해 아래 새로울 것이 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귀천을 따지지 않는 무덤으로 가지고 가는 명제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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