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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사건사고/시론

기술혁신은 해방인가 속박인가

멋진너굴 2017. 8. 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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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기술의 변화(딱히 혁신 또는 발전이라고 표현하지 않겠다.)는 지난 10~20년의 변화보다 월등히 빠르고 파괴력이 강하다.

2010년대 초반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며 스마트폰은 일종의 개인 플랫폼이 되었고 거의 모든 정보가 스마트폰에 집적되고 처리되는 트렌드가 강화되었다. 그럼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모든 이들에게 혁신으로 작용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게 했는가?

다음의 두 가지 사례를 보자.

첫번째는 필자의 부모님은 70~80대다. 특히, 처가 장인, 장모님은 각각 70대 후반에 80대 중반이시다. 이 분들은 스마트폰을 떠나 2,3G 핸드폰 사용도 버거워하셨다. 1차원적인 유선 전화에 익숙한 분들이라 3,4차원으로 UI(User Interface) 뿐 아니라 필요한 정보를 찾아가는 프로세스 자체를 힘겨워 하신다. 왜일까? 우선 70대 이상의 어르신들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 구축되기 시작한 유선 전화를 2000년대 초중반까지 주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셨다. 1차원적인 단방향 커뮤니케이션에 장기간 익숙하셨던 분들이다. 다시 말하면 일방적으로 전화를 해서 상대가 수화기를 받지 않거나 편지에 답장을 보내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은 음성이든 텍스트 중심이든 다차원적이다. 음성 중심의 1차원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전부터 상대방의 상태를 인지하거나 짐작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고 상대방의 반응도 다차원적이다. SNS, 카카오톡, 각종 블로그 및 까페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은 그 확산과 반응속도가 빠르고 기아급수적인 확대재생산이 가능하다. 이런 다차원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어르신들은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너무 빠르게 기술이 현실 생활에 침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유무선 커뮤니케이션의 중간 지대가 짧은 기간 있었다. 얼마전 서비스를 중단한 전화선과 케이블 선을 사용한 PC통신과 1990년대와 2000년대 초까지 짧게 사용된 씨티폰과 삐삐(무선 호출기)가 있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지금의 중고등학생들은 거의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정보의 취득, 인지, 해석, 전달 등에 있어 뚜렷한 비대칭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커뮤니케이션과 정보의 소외 계층이 양산된 것이다.

 

두번째는 이제 막 신기술을 접한 저개발 국가 또는 제3세계 국가의 경우다.

필자는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아프리카 탄자니아, 가나에 약3개월 간 시장 조사 장기 출장을 간적이 있었다.

첫출장 국가였던 탄자니아에 도착했을 때 흥미로운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다. 휴대폰 대리점이 어디든 문전성시였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니 필자처럼 스마트폰 유심 구매와 통신 요금 지불 외에 다양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거의 전연령대가 휴대폰 대리점에 밀집해 있었다. 그 이유는 소액 송금 등 은행 업무의 일정 부분을 스마트폰 또는 3G핸드폰으로 하고 있었다.

탄자니아 같은 저개발 국가는 한국 등이 겪은 통신 인프라 구축 프로세스를 따르지 않고 바로 모바일 스마트폰 플랫폼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한국의 경우 유선 통신 인프라 구축 이후 해당 유선 통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PC통신, 초고속인터넷 등을 거쳐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이동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바로 무선 모바일 스마트폰으로 이동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자 추세로 보여진다.

이들 국가에서는 중저가 또는 중고 스마트폰에 유심칩만 꽂으면 커뮤니케이션 뿐 아니라 금융업무까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IT와 모바일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보다 정보 관련한 비대칭성이 낮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등 IT와 모바일 선진국에서는 노년층 등의 소외계층은 기술혁신이 속박이다. 그러나 이제 모바일 프랫폼 중심으로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점진적으로 평등한 해방이 될 수 있다. 물론 각자의 문제점과 개선 사항은 셀 수 없을 정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 접근성 측면에서 차별 당하고 있는 계층이 명확한 한국 같은 국가에서는 정부가 여러 모로 제도적인 접근성 개선 정책이 필요하다.

탄자니아 중앙역이다. 기차가 일주일에 2~3번 불규칙적으로 오는데 이들은 기차가 오는 날에 마냥 중앙역에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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